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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연구실

소프트웨어에 흥망성쇠 달린 제조업, 껍데기 제조 1위 대한민국

1836년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원래 철강·기계·전기설비 등 중장비를 만들던 회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정부에 군수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설립 166주년 되던 2002년 중장비 제조를 포기하고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중공업이 IT서비스 회사로 변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휴즈 부사장은 "기존 중공업 사업은 정체하거나 축소되는 성장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며 "질적 도약과 생존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슈나이더가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라는 신시장 개척의 무기로 삼은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스웨덴의 TAC, 미국의 안도버 콘트롤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SW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기 설비에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강고했던 '성장의 벽'은 그제야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유로로 2003년보다 2.7배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5%까지 치솟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 라몬시(市) 카미노 라몬 거리에 자리 잡은 GE(제너럴 일렉트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연구소. GE가 4년간 10억달러(1조15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지난해 6월 2만㎡(약 6300여평) 규모로 문을 연 연구소다. 센터 건물 5층에서 만난 빌 루(Ruh) 센터장(부사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다. 거대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엔진·철도 차량·발전소 터빈·의료기기 제조로 세계시장을 지배한 '세계 1위 제조업체'의 혁명적인 변신 선언이다.


글로벌 대표 제조기업들이 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할까. 최신의 항공기·선박·자동차 등 제조업 제품은 겉보기엔 기계적 강철 덩어리이지만 알고 보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집합체이다. 항공기의 핵심 경쟁력은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날씨를 감지해서 연료 분사량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전엔 강철심을 놓고 비행기 날개를 조절했지만 이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기신호로 한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 과정에서 각종 외부 영향, 속도, 추력 등을 계산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시스템도 갖춘다. 이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GE의 폴 라저 개발 총책임자는 "연료 분사 시점과 분량을 최적화해 연료 사용량을 1% 줄일 수 있는 SW를 만든다면 항공산업은 15년간 300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빌 루 GE 소프트웨어센터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나 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 것이다"며 "여기서 차별화되는 가치가 나오고, 일자리가 나오고, 성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from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1/2013080100207.html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과 함께 지난해 거둔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220억달러. 속을 뜯어보면 허울뿐인 수치다. 전기·기계·안전시스템 등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3분의 2를 유럽·미국 업체에서 사온다. 이 기자재를 움직이는 핵심 소프트웨어(SW) 수입률은 100%에 근접한다.

드릴십의 설계는 영국의 아베바(AVEVA)와 독일의 보캐드(bocad) 소프트웨어로 한다. 항해·정박 SW장치는 네덜란드의 CT시스템스(항해 정박용 시스템)와 미국 맥클라렌(Mclaren·운영체제) 것이다. 안전시스템은 영국의 허니웰 제품으로 구축한다. 주요 시스템의 국산 SW는 전무(全無)하다. 이것이 '조선(造船) 1위' 한국의 현주소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한상철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국이 조선 1위라는 말은 냉정하게 말하면 쇳덩어리를 용접하고 조합하는 일에서 1등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엔진 등 핵심부품을 제어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내장 소프트웨어를 외국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전장용 반도체는 독일 인피니온, 미국 프리스케일, 일본 르네사스에 거의 100% 의존한다. 반도체에 내장돼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는 독일의 보쉬·콘티넨털이 강자다. 이 소프트웨어들의 소스 코드(프로그래밍 언어로 나타낸 설계도)는 해독이 불가능한 블랙박스 형태로 돼 있어서 베끼기도 불가능하다. 현대차 A협력사 기술상무는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능력과 인력을 키우지 않으면 독일·일본차를 영원히 앞지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from chosun.com


삼성의 '스마트폰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낼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인 2008년 삼성의 SW 인력은 1만3000명(2008년)이었다. 이후 SW 인력을 급속히 충원하기 시작해 올해 갤럭시S4를 내놓을 땐 3만6000명으로 늘었다. 5년 만에 3배가 됐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SW 인력을 싹쓸이하듯 끌어모아도 갤럭시 하나를 진화시키는 것에도 힘이 부친다"며 "우리나라는 SW 인력의 양과 질이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3년 전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회사 존폐 위기론까지 거론됐었다. 이후 사내에 대대적으로 'SW 역량강화센터'를 만들고, 비수도권 공대까지 싹싹 돌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현준 인도연구소장은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 데 수천만 라인(line)의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프로그램 라인 수는 매년 수십%씩 증가한다"면서 "국내에서 배출되는 SW 인력으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이 SW 혁명에서 얼마나 외딴 섬에 있느냐는 것은 정부(산업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하드웨어에 내장돼 있는 고부가가치 SW 국산화율에서 자동차 5%, 로봇 5%, 조선 4%, 국방 1%에 불과하다. 중공업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설계·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거의 100%를 수입하고 있다.

from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1/20130801002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