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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연구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가 안되는 4가지 이유

첫 번째, 대단한 갑의 횡포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한국과 외국 소프트웨어(SW)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한국만의 '갑(甲)의 횡포'를 들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큰 업체가 계약을 따낸 뒤 전문기업에 발주하는 하도급 관행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갑을이 아니라 대등하다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계약서를 보면 SW의 소유권은 무조건 갑이 갖게 돼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됩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을 통째로 내주든지 아니면 입찰에서 빠지란 얘기죠. 갑과 을(乙) 서로 공정하게 SW의 가치를 평가해줘야 합니다. "

SW 제품만큼이나 SW 인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강조했다. "개발자 개개인의 능력과 노하우가 크게 좌우하는 분야가 SW예요. 건설 노동자처럼 몇 명을, 얼마나 투입했느냐가 아니라 최종 결과물인 SW의 가치에 맞는 보상을 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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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나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개발 대신 게임 분야에 인력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SW 생태계의 근본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낮은 처우와 '갑(甲)의 횡포'로 대변되는 불합리한 계약, 불법 복제가 횡행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졸업생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신영길 교수(학부장)는 "국내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면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M&A(인수·합병) 대신 그 아이디어를 금방 훔쳐간다"면서 "건강한 SW 생태계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창업만 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SW 생태계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진규 인재기획팀장은 "SW 회사가 시장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이것이 임금 현실화와 양질의 인력 확보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도과학기술협력센터 정해룡 소장은 "SW 산업에서 '졸부(猝富)'가 탄생하는 일이 있으면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지 않아도 좋은 인재들이 알아서 뛰어든다"면서 "10년 내에 다양한 SW 산업 분야에서 게임과 같은 성공 신화 2~3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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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20여년간 재직한 고건 전주대 총장은 "사회에서 대접을 해주지 않는데 우수한 학생들이 SW 학과를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은 대학에서 SW를 전공한 우수 졸업생의 초봉이 다른 직종보다 갑절가량 많은 10만달러에 이르는 일도 드물지 않다. 국내에선 내과 의사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2700만원대에 불과하다.

근무 여건도 열악하다. 대기업 하도급을 주로 하는 중소 SW 업체에 취직하면 단순 소프트웨어 코딩(software coding·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 밤새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SW를 흔히 '4D(Dirty·Difficult· Dangerous·Dreamless) 업종'이라 부른다. SW 개발자들 사이에선 '공밀레'라는 자조도 한다. 에밀레종이 어린아이를 공양해 만들어졌다는 설화처럼 각종 프로그램이 공돌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고건 전주대 총장은 "기업들이 먼저 '이런 능력을 갖추면 이런 대접을 해준다'는 신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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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엄청난 하도급 구조



2011년 당시 경력 2년차였던 이모(32)씨는 정부 발주 정보화 사업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7개월간 수행했다. 이씨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인력 파견 업체와 계약을 하고 참여했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발주한 190억원 규모의 도로명 주소 정보화, 지자체 운영 환경 개선 사업이었다.

당초 사업을 총괄 수주한 곳은 대기업 S사. S사는 지리 정보 시스템(GIS) 전문 기업 H사 등 5개 업체에 하도급을 줬다. 이 중 H사가 수주한 금액은 35억원이었다. H사는 이 중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을 나눠 4개 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다. 재하도급 업체 중 한 곳인 I사는 자사가 맡은 6000만원 소프트웨어 개발건을 다시 인력 파견 업체 W사에 3000만원을 주기로 하고 통째로 넘겼다. W사는 이씨에게 2100만원을 주고 900만원을 챙겼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S사→H사→I사→W사→프로그래머 이씨로 이어진 6단계 하도급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완성도는 뒷전이었다. 이씨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일을 일찍 끝내면 다른 일까지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며 주어진 일만 했다"고 말했다.

SW 개발은 한 사람의 창의성이 수천명의 공동 작업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평범한 인재 10명은 아무리 시간을 줘도 핵물리학에 쓰이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중층적 하도급 구조에선 저급한 SW들만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from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3/2013080300177.html

소프트웨어(SW) 개발 사업이 하도급 구조가 된 것은 대금 지급 방식이 건설 현장 일당 노무자와 같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인두세(人頭稅) 방식'이라고 한다. SW 개발에 투입되는 사람 수에 노임(勞賃)을 곱해 납품 가격을 정하는 것.

예컨대 대졸자(경력 3년 미만)는 '초급 기술자'로 일당 17만2789원, 경력 3년 이상에 정보처리기사 1급 자격증 소지자인 '중급 기술자'는 20만7710원 하는 식이다. 투입 인력의 능력은 따지지 않는다. 마치 고물장수가 헌책을 저울에 달아 사가는 것처럼 값을 매긴 것이다. 하도급 업체들 입장에선 고급 기술자 한 명 대신 중급·초급 기술자를 여러 명 투입하는 게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구조다.

중소기업인 T사의 이모(53) 사장은 대기업 A사의 하도급을 받아 진행하는 금융회사 정보화 사업에 고급 10명, 중급 10명, 초급 10명 등 30명을 투입하고 있다. T사는 A사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투입된 기술자의 숫자와 근로 일수에 맞춰 받는다. 고급 기술자 한 명당 월 800만원, 중급은 700만원, 초급은 5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사장은 "건설 인력업체가 돈을 받는 방식과 동일하다"며 "이런 현실에선 굳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없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비판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기술자 등급제'를 폐지했다.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제도 없어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기술자 투입 숫자와 근로 일수에 따라 대금 결제를 하고 있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심지어 정부조차도 인건비 수준밖에 안 되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며 "저가 입찰 관행 때문에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from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3/2013080300188.html

세 번째, 익숙한 불법 소프트웨어


신동선 한국비즈텍 사장은 기자와 만나 "우리 회사가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째로 도둑맞고 회사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을 여러 번 생각했다"고도 했다.


잘나가던 회사는 2008년 건설업계 불황에 1차 타격을 받았다. 이어 2008년 말 김모 전 상무 등 직원 3명이 핵심 기술을 갖고 중견 건설업체 S사로 옮기면서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0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신 사장은 S사 대표와 김씨 등 전 직원들을 형사 고발했다. 정부 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도 2011년 1월 '한국비즈텍의 소프트웨어와 S사의 프로그램이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은 3년 가까이 1심 소송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한국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가 조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 기업, 나아가 우리의 문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무시한다. 제조업·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소업체가 그럴듯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똑같은 제품을 대기업이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작년 12월 경찰은 중소 협력업체 A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관련 핵심 기술을 불법 복제한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김모 전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 전 대표가 여러 차례 A사에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할 것을 강요했지만 A사가 거부하자 몰래 빼낸 것으로 판단했다.


무형자산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으니 불법 복제도 심각하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불법 복제율은 40%, 피해액은 8900억원에 이른다. 미국(19%)·일본(21%)·오스트리아(23%)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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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어이없는 국산 역차별


SW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에 뿌리 깊은 외산(外産) SW와 국산의 차별을 없애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꼽았다. 대형컴퓨터(서버)용 SW 업체인 티맥스소프트의 이승우 상무는 "오라클 같은 미국 기업엔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뒤 매년 22%씩 유지 보수 비용을 주면서 국내 업체엔 아예 주지 않거나, 10% 미만만 준다"며 "무상 유지 보수란 말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상 SW 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한 뒤, 매년 나오는 유지 보수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국산 업체의 역차별 관행이 SW 업체의 기술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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